대법원 병역거부 유죄판결 요지

아래는 대법원 판결(사건명 2004도2965, 2004년 7월 15일 판결) 요약본입니다.판결전문보기

1. 입영기피에 대한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에 대하여

○ 먼저,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본다.
-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기본권 행사의 원칙적인 한계이므로, 종교적 양심실현의 자유도 결국 그 제한을 정당화할 헌법적 법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고 할 것이다.
- 우리 헌법은 제39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국방의 의무는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의무로서 국가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할 것이고, 특히 남북이 분단되어 여전히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되고 있어 불안정성과 불가예측성이 상존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실적 안보상황을 고려하면 국방의 의무는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으므로,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종교적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는 이상 그 자유가 제한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고 할 것이다.
○ 같은 이유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 또한, 병역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 대체복무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유보되어 있으므로, 현역입영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연역입영을 대체할 수 있는 특례를 두지 아니하고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잉금지 또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종교에 의한 차별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점에 대하여

○ 피고인이 그의 양심상의 결정에 반하여 현역입영에 응할 것을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사회적 평균인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는바, 사회적 평균인의 관점에서는 피고인이 현역입영에 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3. 따라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는바,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5인의 보충의견과 아래와 같은 대법관 1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반대의견의 요지]

1.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상위 규범인 헌법의 가치와 방향, 특히 기본권의 국가권력에 대한 기속력을 주목하고 그것의 헌법적 의미와 내용이 최대한 실현되고 관철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하 규범 사이에서의 실질적이고 내용적인 합치가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더 나아가 상호 충돌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와 법익이 동시에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을 찾아내어야 하는 노력이 뒤 따라야 한다.
2.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종교적 양심의 결정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한 피고인에게 국가의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인 형벌을 가하게 된다면 그것은, 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고 형벌 부과의 주요 근거인 행위자의 책임과의 균형적인 비례관계를 과도하게 일탈한 과잉조치가 될 것이며, 형벌의 본래적 목적 역시 충족될 수 없을 것이고, 특히 피고인에게는 실정 병역법에 합치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을 기대하기 매우 어려워 보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국가의 형벌권이 한 발 양보함으로써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보다 더 존중되고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 이유는,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고 그에 대하여 관용을 베풀어야 하며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형벌권의 행사를 삼가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할 뿐 아니라 특히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양심상의 결정을 실현하기 위하여는 형벌집행의 수인 이외에 다른 대체 수단을 갖지 못하고 있음에 반하여, 국가는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 의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하는 헌법적 의무와 아울러 그러한 권한과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가 그러한 의무나 권한행사를 다하지 않은 경우의 불이익은 국가가 스스로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지 이를 피고인에게 귀책시켜서는 안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3. 헌법상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여 국가의 존립과 안전보장 그리고 공평한 병역의무의 부담 등과 같은 헌법적 법익을 실현함과 동시에 개인의 양심의 자유 등도 같이 보장될 수 있는 방안과 방법에 관하여는 입법자들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는 것이므로, 입법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소위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고 한다면 그 시기와 기준 및 대상, 절차와 방법 등 관련되는 모든 문제들을 검토하고 논의를 하여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보인다. 이러한 대체수단의 도입은 대다수 사회구성원과는 생각과 가치관을 달리하는 소수의 국민에 대하여 국가의 동화적 통합을 위한 관용의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고 이로써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정당성과 우월성은 더욱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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