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linked to donate page Image linked to Countering the Militarisation of Youth website (external link) Image linked to webshop

Connexion utilisateur

Interface language

Diaspora link
Facebook link link
Twitter link
 

한국 사회에서 군대란?

오리

일본 식민지배 35년, 해방되자마자 시작된 미·소 강대국의 조선분할통치, 전쟁, 분단, 군부독재정권의 등장과 레드컴플렉스, 그리고 최근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남북 간 군사적 대결완화를 위한 합의들이 사실상 무효화됨으로서 고조되고 있는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까지 한국의 군사주의를 짧은 지면 안에 정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한국 현대사의 과거들이 아직도 채 정리되지 못한 채 사회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고 있으니까요. 물론 한국 사회에 민주화가 진척되고 북한과의 체제경쟁이 사실상 끝난 지금 과거와 같은 반공이데올로기는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현재와 만나 또 다른 세련된 군사주의 괴물을 만들어내고 교묘하게 사회 곳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군사주의를 관찰하는 키워드로 징병제도를 들여다보는 것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매우 유효한 일일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군대와 국방의 문제는 매우 복잡한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군대와 국방은 곧 생존과 직결되는 절대적인 개념으로 여겨져 왔으며 역대 정권은 권력유지를 위해 이러한 상황을 잘 이용해왔습니다. 자연스럽게 군대는 국가안보라는 미명 하에 범접할 수 없는 성역이 되었고 민간의 감시로부터 멀어졌습니다. 각종 의문사, 부정, 부패가 성행했고 돈 없고 권력 없는 서민들만이 입대하는 곳으로 군대와 징병제도는 다른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선거에서 다른 어떤 쟁점보다 당락을 결정지을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니까요. 비록 사회의 민주화 속도에 비해 그 변화속도가 느리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군대는 현재 인권적 측면에서 조금씩 발전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군복무 기간이 줄어들고 있고 2014년까지 1년 6개월로 줄인다고 하고 이제는 특권층의 그 누구도 군복무를 회피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군인 대신 최첨단 무기로 대체 되고, 평화정착과 군축의 관점이 아니라 국가의 인력관리 차원에서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며, 징병제도의 근거가 되는 평등의 논리가 예외 없이 군인이 되어야 한다는 거꾸로 된 평준화 논리로 귀결되는 현실은 한국 사회 군사화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러한 징병제나 국방에 관한 논의는 종종 자주국방론과 만나 미군은 철수하고 한국군은 강화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며 당선된 노무현 정부 이후 특히 주한미군 철수, 재배치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국방비의 증액과 군대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힘을 얻었고 이러한 입장은 보다 친미적인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 주장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끊임없이 강한 나라, 강한 한국을 동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사회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주국방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국가주의, 애국주의 바람은 그 세기가 아주 무서울 정도입니다.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나라, 외세에 아랑곳없이 정책을 유지하는 나라,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나라에 대한 동경은 비단 우파만의 것이 아닙니다. 좌파 진영이라고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 양성을 말살하는 민족주의 담론, 동등한 인격체로서 인간이 직면한 폭력을 민족의 자존심 문제로 환원하는 논리는 시민들을 운동에 동원하기 위한 수사로 아무렇지도 않고 사용되어 온 것입니다. 순결한 우리 딸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해져야 합니다. 군대는 진짜 남성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곳이 됩니다. 인기 있는 젊은 남성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나라를 지키러 군대 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홍보하며 애국심을 고취하고 군대를 기피한 연예인들을 마녀사냥 식으로 매장하는 것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군대 가면 ‘이제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은 끝이다’라는 인식이 퍼져있던 과거와는 다르게 여자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남자답게 군복무를 하는 것이 훨씬 인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현충일을 다른 어떤 국경일보다도 강조하고 기리며, 2007년 갑자기 대한민국 국기법을 제정하여 강제적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가 강요 되고, 병역의무에 예외를 둘 수 없다며 군복무 분야를 사회복지분야까지 유연화 하더니 현재 1년 6개월씩 감옥행을 감수해야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그 문호를 열지 않고 오히려 과거 군복무의 의무가 없었던 여성, 혼혈인, 고아 등에게 군복무를 허락하는 등 현재 한국 사회는 지나치리만큼 과도한 국가주의에 지배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군사화는 오랜 분단과 군사독재정권, 그리고 이를 비호하고 조장했던 미국에 의해 출발해 사회 전체,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이러한 군사주의의 행위자이자 피해자로서 군사주의 구조의 일부가 된 것입니다. 병역거부운동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해 한국 사회 군사주의의 실체를 드러내고 삶에 대한 성찰과 자각으로 국가폭력에 저항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비록 적은 수이긴 하지만 이들이 한국 사회에 던진 울림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한 사회 전체의 논의와 지지도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8년간의 활동을 통해 병역거부운동 그룹은 비폭력을 원칙으로 활동하는 그룹으로 한국사회 평화운동의 새로운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현재는 착한무기프로젝트라는 새로운 모임을 결성하여 활동의 영역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A cycling rally on the Prisoners for Peace Day in 2008, in Seoul.    Photo : World Without WarA cycling rally on the Prisoners for Peace Day in 2008, in Seoul. Photo : World Without War

목차로 돌아가기